카산드라의 저주

영화 "트로이"를 보면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 이유가 "파리스" 왕자(올란도 블룸)가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와 사랑에 빠져 야반도주해서 트로이로 왔기 때문에 일어난다. 카산드라는 바로 파리스 왕자의 동생이라고 한다. 극중에서도 여사제로 나오는 공주가 있는데, 이름은 다르지만 그녀가 바로 카산드라 공주이다.(카산드라에 대한 정보는 여기서...)

카산드라의 저주는 그녀가 미래를 예언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않는 저주를 말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카산드라 카첸버그역시 고대 그리스의 동명이인과 같이 미래를 보는 능력을 가졌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사회에서 추방당한 자들...

카산드라의 예언을 유일하게 믿어주는 이들은 대속의 거주자인 4명의 노숙자들이다. 처음에는 그들도 카산드라의 예언을 믿으려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반신반의하며 첫번째 테러를 막으러 간 이후 그녀의 능력을 믿게 되었다. 그들은 그 이후로 카산드라의 예언에 따라 테러를 막으러 다니기 시작한다. 사회에서 추방당한 자들에 의해 파리시민이 보호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이다.


마야의 노래

2012년 12월 21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 예언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12년 12월 21일을 가르키는 예언만 4개를 알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마야의 노래에 관한 것이다. 마야의 노래에는 2012년 12월 21일까지의 기록만 되어있고, 그 이후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점을 들어서 이 날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바로 마야의 노래를 글의 모티브로 삼은 듯하다. 이야기 전체에서 "마야의 노래"는 중심 배경으로 깔려있으면서, 인류의 종말을 향해 치닫는 온갖 폐해를 그의 특유의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이미 그는 오래전부터 도시화와 공업화로 인한 환경 오염과 전쟁으로 치닫는 온갖 폭력적인 사회에 대한 반감과 비판의식을 자신의 작품에 녹여오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단지 그런 반감과 비판의 표현만을 하고 있지 않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마야의 노래를 바탕으로 지구의 종말을 예언하는 자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더 나아가 미래를 예언하는 것 자체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놓고 있다. 이것은 이 소설의 제일 마지막 문구에서 여실히 들어난다.

<우리는 미래를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볼 수 없다>일 거야. 하지만 지금 우리가 미래를 만들겠다면, 그걸 막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마야의 노래를 통해 마야인들이 예언으로 자신의 삶을 이미 조건지어놓고 살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도 재미로 사주나 토정비결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행위 자체가 이미 내 미래를 조건지어놓고 그 쪽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한국인 김예빈

카산드라의 저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직접 한국인이 등장한다고 말했던 작품이라 출시전부터 국내팬들의 기대를 받았던 작품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한국인은 김예빈이라는 이름의 17세 소년으로 북한에서 탈출했다. 주인공이 아니고 북한이라는 배경에 조금은 실망했지만, 왜 그가 김예빈이라는 인물에 북한이라는 배경을 주었는지 소설속에 자연스레 드러난다. 베르나르는 전제군주나 독재정권에 대한 극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김예빈을 통해 적나라하게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아니지만, 주인공 카산드라 카첸버그가 세상을 구하고 잃어버린 자신을 찾는 동안 가장 큰 조력자로 등장한다. 말하자면, 남자주인공 쯤의 역할을 한다고 해야 할까? 물론, 카산드라와 러브라인도 형성된다.


전작들에 비해 아쉬운 작품

이 소설은 다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에 비해서는 약간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카산드라의 의식에 따라 사건이 전개되는데, 그녀의 의식에 대한 묘사가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장황한 감이 없지 않다. 그동안 단편소설을 통해 그의 여러가지 상상력이 펼쳐졌는데, 그것을 여기에 모두 몰아넣으려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의 전작 "파피용"이나 "신"의 경우 읽으면 읽을수록 다음 전개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궁금하게 만들면서 빠져들게 했는데, 이 소설은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한 듯 하다. 기대했던 반전도 없었고... 이야기를 좀 더 함축적이고 빠르게 전개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카산드라의 거울 세트 (양장)
국내도서>소설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 임호경역
출판 : 열린책들 2010.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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