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르토벨로의 마녀 - ![]() 파울로 코엘료 지음, 임두빈 옮김/문학동네 |
"생이여, 불길처럼 타올라라"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포르토벨로의 마녀' 겉표지 뒷면에 쓰여있는 말입니다. 주문한 책들이 도착했을때, 전 다른 어떤 문장보다도 겉표지 뒤의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지요. 불길처럼 타오른다는 것은 서양중세시대에 '마녀사냥'이라 불리는 화형식이 제목과 매칭이 되어 떠오르기도 합니다.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씌어져 있을 것 같았고, 혹 '11분'과 같은 또다른 성정체성을 얘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짝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파울로 코엘료는 특히나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고, '11분'의 역자 후기에 밝히고 있지요.)
'포르토벨로의 마녀'의 '마녀'는 사실 하나의 상징일 뿐입니다. 진짜 마녀이야기는 아니고 '신의 여성성'을 부정하는 현대 사회를 살짝(?) 비꼬는 이야기입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에는 '사랑'이라는 대주제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신의 '여성성'에 대한 것입니다. 신의 남성적인 면이 '권위'와 '파괴'로 설명이 된다면 신의 여성적인 면이 바로 '사랑'과 '창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특히 신의 여성적인 면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 그의 작품에 늘 묻어나고 있는 듯 합니다.
그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초기 두 작품 '순례자'와 '연금술사' 이후에 주된 이야기의 중심이 '사랑'(구체적으로 말하면, 남녀간의 '사랑'을 말합니다.)에 치우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것이 '오!자히르'에서는 극명하게 드러나지요.(그래서, 저는 코엘료의 작품중에서 '오!자히르'를 제일 재미없는 작품으로 꼽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상당히 엇갈렸던 것으로 기억나네요) 그런데, '포르토벨로의 마녀'에서는 다시금 '연금술사'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돌아온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론 '포르토벨로의 마녀'에서도 '사랑'이 큰 주제중에 하나입니다만, '사랑'(특히 남녀간의 '사랑')이 이야기를 지배하지 않습니다. 코엘료는 이번 작품에서는 신의 여성성을 말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랑'을 이용하고 있을 뿐입니다.
'포르토벨로의 마녀'에는 하나의 큰 사건이 모티브가 되어 독특한 구성으로 이야기가 전개가 됩니다. '아테나'라고 더 알려진 셰린 H. 칼릴이라는 여자가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이 되는데, 그 여자의 죽음 이후 그녀의 주변 사람들이 증언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시간 순서대로 늘어놓고 있습니다. 각 챕터에는 '누가' '아테나'에 대해 말하고 있는지를 굵은 글씨로 표기하고 있는데, 책의 제일 앞에 밝힌 바에 따르면, 최대한 글쓴이의 견해가 배제된 객관적인 증언들을 기술하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이 사건이 실제로 영국의 포르토벨로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착각하게 되고 이 증언들을 모으고 쓰는 사람이 '파울로 코엘료'인 것으로 착각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허구라는 사실이 역자 후기에 드러나게 됩니다(모티브가 된 실제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창작하는 방식은 파울로 코엘료가 즐겨쓰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저는 이 사건이 진짜 벌어진 사건인지 인터넷으로 검색까지 해보았답니다. ^^ㅋ)
책을 읽다보면 크게 두가지 궁금증을 가지게 됩니다. 하나는 '아테나'가 있다고 주장하는 런던경시청에 근무한다는 '애인'이 정말 있는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테나'가 '왜', '누가' 살해했나 하는 것입니다. 리뷰를 통해 그것을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이 궁금증이야 말로 이 책을 계속 읽게만드는 요인이고 나중에 '정말' 엄청난(저는 입을 다물지 못했지요. 속으로 코엘료는 진짜 천재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결말이 숨어있습니다. 반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이상의 효과가 있는 결말이지요.(그런데 이런걸 반전이라고 하나요? ^^;;)
기성 종교에 대한 약간의 비판의식과 더불어 삶의 열정과 사랑의 숭고함을 모두 포괄하고 있는, 역시 '파울로 코엘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작품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독특한 구성과 흡입력까지 갖춘 작품으로 말이지요. 이제는 환갑의 나이를 훌쩍 넘어버린 '파울로 코엘료'가 언제까지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을지.... 다음은 또 어떤 삶의 '순례'가 기다리고 있는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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