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용 - 10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열린책들
인상깊은 구절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세 가지 적과 맞서게 되지. 첫 번째는 그 시도와 정반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야. 두 번째는 똑같이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지. 이들은 자네가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자네를 때려눕힐 때를 엿보고 있다가  순식간에 자네 아이디어를 베껴 버린다네. 세 번째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일체의 변화와 독창적인 시도에 적대적으로 반응하는 다 수의 사람들이지. 세 번째 부류가 수적으로 가장 우세하고, 또 가장 악착같이 달려들어 자네의 프로젝트를 방해할 걸세


언 제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독특하다못해 놀랍기까지 하다. "개미"이후 그가 보여주고 있는 상상력과 지식, 그리고 그 속에 녹아든 철학이 파피용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아니, 더욱더 넓은 곳으로 퍼져나간다. "개미" 사회라는 아주 작은 사회로 시작한 그의 상상력의 세계는 이제 전 우주로 뻗어나간다.

"파피용"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영화의 제목으로 친숙한 단어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왜 이 책의 제목으로 "파피용"이라는 것을 골랐는지는 책을 읽어보면 자연적으로 떠오른다. "파피용"이라는 말이 "나방"의 프랑스말이라는 것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전에 "파피용"이라는 영화에서 보여준 "탈출"이라는 모티브는 이 책의 주된 상징이기도 하다.

그는 언제나 지구의 미래를 걱정한다. 특히나 피폐해져가는 인간 사회와 인간들이 스스로 망쳐가고 있는 지구생태계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한다. 그와 더불어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평범한 시각을 넘어서는 신의 입장에서 인간을 관찰하려고 한다. 그것은 이 책에서 뿐만 아니라 그 전 작품인 "인간"이라든지 혹은 그의 단편집 모음인 "나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의 전체를 통해 "마지막 희망은 탈출이다"라는 구절이 반복되어 나타난다. 얼핏보면 이것이 이 책의 주요흐름을 결정짓는 주제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말하고자하는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특히, 책의 제목이 주는 모티브와도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2부 중반부터 끝까지 읽어보면 그러한 생각이 바뀌게 된다. 물론 지구생태계의 파괴와 인간 사회의 피폐함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은 "탈출" 뿐이라는 절망적인 작가의 시각이 녹아들어 있지만, 그것이 베르나르가 말하고자 하는 전부가 아니다. 진정으로 베르나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히려 "탈출"이 능사가 아니라는 역설을 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역설은 그가 <마지막 희망> 프로젝트를 통해 탈출한 파피용호의 새로운 원기둥 사회가 결국 지구에서 보여준 역사의 단면들을 되풀이해서 나타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1251년이 흐르고 수십세대를 되풀이하면서 최후까지 생존한 6명이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에서부터 그의 본격적인 역설은 시작된다. 여기서 단 두명만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할 행성에 가게되는데, 아주아주 놀랍게도 여기 이 부분부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천재성이 발휘된다.(너무 다 밝히면 재미없으니 밝히지는 않겠다.) 3부는 이 책의 클라이막스와도 같고 책의 백미와도 같은 부분이다.

자, 그럼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순환"의 원리이다. 당장 떠오르는 단어 혹은 구절들이 있다면 "환생", "모든 것은 돌고 도는 것이다", "원점"... 뭐 이같은 단어들이 떠오른다. 음, 좀 더 깊이 들어가자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정도가 될까? 이것은 불교의 윤회사상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불교의 윤회 사상도 결국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는 중생들이 깨달음을 얻게될 때까지 계속해서 현세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니 말이다. 베르나르 베르나르가 불교 신자일리는 없을 것 같구... 결국은 진리는 하나라는 결론일까?

그나저나 내가 백미와도 같다고 말한 3부의 내용은 사실... 약간의 종교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그 "종교"라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서 별로 신경쓸 거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꽤나 공격을 많이 당할 것도 같은 생각이 든다.

아무튼 오랜만에 무척이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은 것 같다. "파피용"이라는 책은 그 다음 전개가 어떻게 될 지 몹시 궁금하게 만드는 책 중에 하나이다.(사람마다 틀리겠지만...) 벌써부터 그의 상상력이 다음은 어느영역까지 확장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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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exa